[인터뷰] 꿈 많은 스무살 이열음, 그 싱그러움 속으로
최근 종영한 SBS 수목극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이하 &'마을&')은 비중을 떠나 모든 캐릭터가 빛났던 작품이다. 아치아라라는 마을에 살며 유기적으로 엮인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사연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그 사연 하나하나가 모여 &'마을&'의 미스터리한 전개를 완성했다. 이에 시청자는 아치아라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통통 튀는 연기력으로 시선을 모았던 배우, 여고생 가영 역의 이열음이다. 이열음은 반항기 많고 집착 강한 여고생으로 시작해 자신이 왜 희귀병을 갖게 됐는지 원인도 모른 채 죽는 가엾은 소녀 가영을 연기했다. 삐죽삐죽 돋아난 가시처럼 날카로운 모습부터,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로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까지, 이열음은 짧지만 임팩트 강한 연기로 &'마을&' 속 미스터리의 한 축을 만들어 냈다. 실제 나이 스무 살의 이열음은 가영과 비슷한 또래지만, 성격은 가영과 전혀 달랐다. 남을 배려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았다. 하고 싶은 게 다양한 나이답게 꿈도 많았다. 또 소속사 사장님이 &'열매가 맺다&'는 의미로 지어줬다는 &'이열음&' 예명처럼, 차근차근 자신의 연기 열매를 키워나가고자 하는 열정도 뜨거웠다. 스무 살의 이열음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2015년, 그 누구보다 뜨거운 스무 살을 보낸 이열음을 만났다. - &'이열음&'이란 이름이 소속사인 열음엔터테인먼트에서 따온 거라던데, 그럼 진짜 이름은 뭐예요? &'본명은 이현정이에요. 이름이 흔한 편이라 배우 활동은 예명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마침 사장님이 &'열음이란 이름의 배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여름&'인 줄 알고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열매를 맺다&'란 뜻의 &'열음&'이라 하더라고요. 독특하고 예쁜 이름이라 하겠다고 했어요.&' - &'마을&'에서 가영이가 파브리병으로 죽었어요. 연기한 캐릭터가 죽어서 아쉽지 않았어요? &'가영이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긴 했죠. 그래도 아쉬움이 없는 게, 가영이가 죽음으로써 가영의 실제 모습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가영이가 겉으로는 세고 악해 보였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여린 친구였어요. 죽음으로써 가영이 여린 아이였단 게 더 부각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또 가영이를 잃은 후 비로소 성범죄의 피해자였던 엄마(우현주 분)가 범인을 잡으려 하잖아요. 그 계기가 될 수 있었고, 가족에 대한 사랑도 더 많이 표현될 수 있었으니까. 극 흐름상 가영이 죽는 게 맞았던 거 같아요.&' - 가영이가 죽을 걸 알았나요? &'마을&'은 살인범이 누군지,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지 배우들조차 모르고 연기했다던데. &'배우들한테도 혜진(장희진 분)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동북부 연쇄살인범이 누군지도 알려주지 않았던 게 맞아요. 그래서 촬영하며 저희들끼리 추리하고, 맞으면 좋아하고 틀리면 놀리며 그렇게 지냈어요. 그래서 저도 가영이의 질병을 몰랐어요. 가영이 다리의 반점이 파브리병 때문인 것도, 혜진과 아빠가 같을 거란 연관성이 있는지도 나중에 대본이 나온 후에 알았어요.&' - 앞의 내용을 모르고 연기해야 하는데, 배우 입장에서 답답하지 않았나요? &'답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몰랐기 때문에 한 회마다, 매 신마다, 찍는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상대 배우가 있을 때도, 서로 의심하고 의미심장하게 대사를 치니 더 무게감 있는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모르는 상황에서 연기하느라 느낀 답답함보다는, 장면이 더 잘 살 수 있었던 장점이 더 큰 것 같아요.&' - 드라마는 좀 어두웠지만, &'마을&' 촬영장은 굉장히 화기애애했다고 들었어요. 촬영 분위기는 어땠나요? &'배우들끼리 범인을 추리하고 맞혀보는 재미도 있었고, 기본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얘기도 서로 굉장히 많이 나눴어요. 또 이용석 감독님 자체가 촬영장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배우 컨디션도 잘 챙겨주셨어요. 감독님이 예민한 촬영장이 많은데, 이용석 감독님은 모든 스태프를 챙기는 스타일이셨어요. 감독님이 워낙 좋다 보니, 촬영장 분위기가 안 좋을 수가 없었죠. 특히 배우 입장에서,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다 잘 살려준 감독님과 작가님한테 정말 감사드려요. 그만큼 &'마을&'은 탄탄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 가영은 미술교사 남건우(박은석 분)에게 무서운 집착을 보였어요. 여고생이 남자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수준을 넘어서던데, 가영이는 &'건우쌤&'한테 왜 그랬던 걸까요? &'가영이는 어려서부터 아빠 없이 자라 남자 어른에 대한 접촉이 없었어요. 엄마 외에는 의지할 데도 없었고요. 가영이에게 건우쌤은 혈연관계라 더 끌리지 않았을까요? 혈연에 의한 끌림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더 집착했을 거라 생각해요. 안타깝게 가영이는 끝까지 건우쌤과 혈연관계라는 걸 모르고 죽었지만요.&' - 이열음의 학창시절은 어땠어요? 가영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나요? &'가영이 같은 반항기는 없었어요. 가영이처럼 저도 외동딸인데, 누군가를 집착하거나 부모님을 크게 걱정시킨 적도 없어요. 그냥 친구들과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내며 학교에 다녔던, 평범한 스타일이었어요.&' - 평범한 여고생 이현정은 어떻게 연기자가 된 건가요? 어머니인 중견배우 윤영주 씨의 영향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연기와 촬영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어느 순간 생겼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연기학원에 잠깐 다녔는데, 연기를 수업으로 배우고 검사를 맞고 그러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그만뒀는데, 학원 다닐 때 찍어둔 프로필을 보고 여러 소속사들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러다 고2 때 지금의 소속사 사장님을 만났고, 그렇게 연기자로 본격적으로 데뷔하게 됐어요.&' - 데뷔 3년 차인데, 그동안 맡은 역할들이 대부분 여고생 역이었어요. &'마을&'의 가영이도 그랬고요. 매번 교복을 입는데, 학생 캐릭터로 이미지가 굳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전 늙어서도 연기할 거예요. 몇 년 뒷면 교복 입는 역할을 못 할 텐데, 지금은 많이 입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교복을 입느냐 안 입느냐는 중요치 않아요. 그보다 캐릭터에 임팩트가 있느냐, 뚜렷한 확신을 갖게 하는 캐릭터냐, 얼마나 탄탄하냐, 연기하면서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냐가 중요하죠. 또 그동안 제가 맡은 캐릭터들이 마냥 교복 입은 여고생은 아니었어요. 그 안에서 계속 성장하는 아이들이었죠. 제가 성인이 되고 여자가 되어 간다면, 자연히 그에 맞는 캐릭터를 맡을 거라 생각해요. 성인 역을 빨리 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은 없어요.&' - 연기에 대한 확실한 신념 같은 게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네요. 스무 살다운 당당함도 보이고요. 이열음의 스무 살 2015년, 잘 보낸 것 같나요? &'잘 보낸 거 같아요. 작품도 많이 했고,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어요. 스무 살이라 실감할 정도로 놀러 다니지는 못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충분히 많이 해서 만족해요.&' - 스무 살은 끝났지만, 20대는 이제 시작이에요. 꿈 많은 청춘, 하고 싶은 게 뭔가요?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싶고, 요리나 운동도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운동은 이제 배우려 해요. 요리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나중에 나이 먹어서 레스토랑도 해보고 싶어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경험도 많이 하고 싶고요.&' - 연기적으로는요? &'엄마랑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엄마의 젊을 때 꿈이 연기인데, 저를 키우느라 활동을 하지 못하셨거든요. 가족관계의 역할이 아닌 완전히 악역으로 만나도, 엄마랑 한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아요. 또 개인적으로는 사랑받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제가 한 역할들이 계속 짝사랑만 했거든요. 이젠 사랑을 주기도 받기도 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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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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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