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과함께', 보고 즐기고 체감하라…저승의 황홀경
[SBS funE | 김지혜 기자] 판타지는 한국 영화계의 불모지 장르였다. 시각적 구현이 관건인 장르에서 토종 기술력으로 이뤄낼 수 있는 성취는 많지 않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든 관객에게 볼거리로 만족감을 높이기는 쉽지 않은 일. 스릴러, 액션,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는 충무로에서 판타지는 가장 뒤처진 장르로 인식돼왔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2013년 덱스터 스튜디오를 만들며 한국의 시각적인 특수효과(VFX) 기술의 세계화에 나선 김용화 감독의 빅픽처다. 밑그림의 원천은 주호민 작가가 발표한 동명의 웹툰. 동양적 세계관을 선진화된 기술력으로 구현하면서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새 장을 열었다. 제작진은 총제작비 400억 원을 투입해 1,2편을 동시에 촬영하는 모험을 했다. 1년에 걸쳐 전체 촬영을 마무리하고, 오늘(20일) 여정의 첫발인 1편이 관객 앞에 공개된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저승 법에 따라 사후 49일 동안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받게 된 김자홍(차태현 분)을 저승차사 강림(하정우 분), 해원맥(주지훈 분), 덕춘(김향기 분)이 변호와 경호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서양의 사후 세계관에 &'천국&'이 있다면, 동양에는 &'저승&'이 있다. 죽음 이후, 저승에서의 심판을 통해 환생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설정이다. &'신과함께&'는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지으면서 산다&'는 보편적 진리를 상기시키면서 &'사후 세계에서 죄의 벌을 심판한다면?&'이라는 가정을 시각화한다. 상상으로나 가능한 세계가 스크린에 속도감 넘치게 펼쳐지면서 호기심은 이어진다. 방대한 원작을 2시간 내외의 영화에 담는 데 있어 각색은 불가피했다.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 김용화 감독은 약 2년간 시나리오 집필에 매진하며 이야기를 압축, 변형, 재창조했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 진기한 캐릭터의 부재다. 김자홍이 7개의 지옥을 헤쳐나가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인물로 등장한 변호사 진기한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역할은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의 역할과 병합했다. 원작 속 캐릭터를 사랑한 독자들은 섭섭하게 여길 수 있지만, 영화로 봤을 때는 두드러지는 아쉬움은 아니다. 7개의 지옥과 7번의 재판은 공간의 이동마다 각기 다른 화려한 비주얼을 제시한다. 특수효과로 완성된 가상의 공간이 캐릭터들의 활동 무대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는 것은 거의 최초다. 기술력 부문에서는 종전의 한국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분명한 성취를 이뤄냈다. 아쉬움도 있다. 화려한 시각효과에 비해 이야기의 플롯은 단순하다. 낯선 세계관에 진입하고 적응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캐릭터 때문인지 배우들의 연기는 한 톤씩 업돼있다는 느낌도 준다. &'신과함께&'가 내세우는 드라마는 동료애와 가족애이다. 특히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후반부에 잘 조율해내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비주얼은 비현실적이지만, 드라마는 친숙하고 현실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영화의 대중성을 높였다. 휘황찬란한 저승의 비주얼, 빠른 화면전환과 특수효과 등으로 관객들의 눈을 현혹하는 듯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은 코끝 시린 드라마다. 장르도 이야기도 낯설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것은 하정우다. 이미 이름 석 자가 신뢰의 브랜드가 된 하정우는 &'신과함께&'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하정우는 극을 이끌고, 시의적절한 등·퇴장을 통해 분위기의 긴장과 이완을 돕는다. 원작에 없는 수홍을 연기한 김동욱은 &'신과함께&'의 발견이다. 김동욱과 예수정이 펼치는 후반 감정신은 두 배우의 호연이 어우러지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관심 사병으로 분한 도경수 역시 기대 이상의 연기로 팬들을 기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신과함께&'는 상업 영화 테두리에서 과감하고 모험적인 시도가 이뤄졌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오락화에 성공했다는 점은 박수받을 만하다. 화려한 볼거리와 따스한 드라마를 내세워 가족 영화로서의 지향점을 뚜렷이 했다. 저승을 다룬 1편은 시리즈의 서막이다. 이승 세계를 그린 2편은 내년 여름 개봉한다. 영화 말미 2편을 이끌어갈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마동석이 등장해 기대감을 높인다. 개봉 12월 20일, 상영시간 139분, 12세 관람가. ebada@sbs.co.kr
SBS Biz
|
김지혜
|
2017.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