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타이어 회사?…'미쉐린 가이드'의 놀라운 역사
요즘 달콤살벌한 요리대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콘텐츠 '흑백요리사'에서 유난히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미슐랭인데요.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는 3개나 가지고 있어, 화제가 된 이 별, 미쉐린 가이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안내서로 평가받는 '미슐랭 가이드'의 시작에는 놀랍게도 한 타이어회사가 있었습니다. 미쉐린 타이어가 그 주인공이죠. 미슐랭과 미쉐린 비슷한 두 이름이 무슨 관계일까요? 1983년, '미슐랭 관광안내서'라는 이름으로 국내 언론에 처음 소개되면서 용어 혼재가 시작된 거죠. 미쉐린 가이드의 시작은 약 1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쉐린은 1889년 프랑스 클레몽페랑 지역에서 앙드레,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가 설립한 타이어 회사였는데요. 당시 프랑스에는 자동차가 약 3천 대뿐이었고 도로 사정이 열악해 여행 같은 장거리 운전은 꿈속 이야기였습니다. 자동차가 맹렬하게 달려야 많은 타이어를 팔 수 있는데 앙드레 미쉐린은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립니다. 자동차 여행을 장려할 수 있는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자고 결심하죠. 사람들이 더 많이 운전하면 결국 타이어가 마모되고 구매도 늘어날 거란 생각을 한 거죠. 그렇게 약 1년 뒤 첫 번째 미쉐린 가이드가 탄생합니다. 초기엔 타이어 정보나 도로 법규, 주유소 등이 주된 정보였고 식당 소개는 운전자의 배고픔을 달랠 꿀팁 정도에 불과했지만 가이드북은 꽤 호평을 받았습니다.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자동차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고 미쉐린 가이드는 여행 필수 아이템이 됐습니다. 1920년대 초반, 가이드에 소개된 레스토랑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었지만 미쉐린 형제는 이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킵니다. 익명 평가단을 고용해서 레스토랑을 불시에 방문해 평가하게 만든 거죠. 별 하나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별 둘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레스토랑, 별 셋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러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으로 오직 요리 하나만을 위해 여행을 떠나고 먼 길을 찾아갈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는 격입니다. 모든 평가단은 호텔 업계에서 최소 10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이고, 품질, 풍미와 요리 기술의 완성도, 셰프의 개성 등을 평가합니다. 언제 와도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지 총 5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별을 받을 수 있죠. 24년 기준, 한국에서 미쉐린 3스타를 달성한 레스토랑은 단 한 곳 안성재 셰프의 '모수'입니다. 백 년 전 탄생한 첫 번째 미쉐린 가이드 발간사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새로운 세기와 함께 태어난 미쉐린 가이드는 이 세기보다 더 오래갈 것이다' 그들의 예언대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식 업계를 좌우하는 절대 권력이 된 미쉐린 가이드, 셰프들의 자부심이 이해가 됩니다.
쩍쩍 갈라지고 썩고…수확 앞두고 감귤 농가 비상
&<앵커&> 이번 여름 역대급 폭염과 갑작스러운 비로, 수확을 앞둔 감귤 농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껍질이 찢어지거나 열매가 떨어지는 피해가 지난해보다 3배나 늘었습니다. JIBS 이효형 기자입니다. &<기자&> 제주시의 한 감귤밭. 땅을 덮은 피복 위로 감귤이 떨어져 있습니다. 감귤은 모두 쩍쩍 갈라져 있고, 누렇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착색 시기를 앞두고 감귤로 가득해야 할 나무에는 열매가 고작 한두 개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역대급 폭염 이후 갑작스러운 비 날씨에 껍질이 갈라져 버리는 열과 피해입니다. 밭 주인은 감귤 나무 50% 이상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김희범/감귤 농가 : 귤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런 피해는 제가 처음 보는 피해입니다. 10월 초에 어떤 과수원에 가서 열과가 났다 그래서 이렇게 썩은 냄새가 난다는 것 자체가.] 열과 피해를 입은 피복 재배 농가입니다. 제대로 된 열매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주변에서는 심한 악취까지 진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열과 피해가 제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노지 감귤 낙과 피해는 22.8%로 열흘 만에 3% 포인트나 늘었고 지난해와 비교하면 3배가량이나 급증한 상황. 게다가 노지감귤뿐만 아니라 만감류에서도 피해가 확산돼 레드향의 경우에는 낙과 피해가 30%를 넘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이달 말에는 4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가마다 피해가 확산되면서 제주자치도는 정부에 재난 지원금을 요청할 방침입니다. 열과 피해에 대한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에서 역대급 폭염이 남긴 후폭풍에 수확을 앞둔 감귤 농가마다 비상이 걸렸습니다. (영상취재 : 오일령 JIBS) JIBS 이효형
5년 방위비 협상 타결…트럼프 당선되면 번복?
&<앵커&> 한국과 미국이 2026년부터 5년 동안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내년에 우리가 낼 돈보다 8.3% 인상하고,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정혜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정부는 지난 2일 여덟 차례 협상 끝에 미국과 제12차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타결했다고 밝혔습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간 적용되는 이번 협정에서, 우리 측이 부담할 최초 총액은 2025년 분담금에서 8.3% 늘어난 1조 5192억 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적용된 인상률은 지난 2021년에 체결한 제11차 협정 당시 13.9%보다는 낮고, 2019년 10차 때 8.2%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후 해마다 새로 책정되는 분담금엔 5% 상한선을 두고,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연동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은 5년 간 연평균 2%대로 전망된다며, 연평균 4.3%의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된 지난번 협상과 비교하면 큰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재웅/외교부 대변인 (지난 4일) : 현행 국방비 증가율 대신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연간 증가율로 하고 상한선을 재도입한 것은 이번 협상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됩니다.] 협정 이행에 가장 큰 변수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7년 한미 FTA 재협상을 지시한 만큼, 다음 달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협정도 번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트럼프/미국 전 대통령 (지난 5월) : 그들(한국)은 우리에게 대가를 내지 않았습니다. 내가 바꿨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그걸 깨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미국 싱크탱크 CSIS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조기 타결을 하게 되면 트럼프를 화나게 할 수 있고, 2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경우 한미 관계가 시작부터 좋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 영상편집 : 조무환, 디자인 : 이종정)
'상임 감사' 자리는 어떻게?…김대남 스스로 도전
&<앵커&> 의혹의 당사자인 김대남 전 행정관은 서울보증보험 상임 감사로 재직 중인데 연봉이 최대 3억 6천만 원에 차량이 제공되고 업무추진비도 한 달에 470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건설사에서 일하다가 대선캠프를 거쳐 대통령실로 들어가게 됐는데 금융 경력도 없는 전직 행정관이 어떻게 이런 자리에 갔는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윤나라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대통령실에서 나와 총선 출마를 준비했는데 공천을 받지 못했던 김대남 전 행정관. 총선 직후부터 서울의소리 A 기자에게 공기업에 갈 거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합니다. [김대남/전 행정관(지난 5월) : 어디 공기업이라도 가서 연봉이라도 잘 받으면서 어쨌든 다음 대권에 누가 나올 건지 예의주시해서 거기에 다시 또 올라탄다든지.] 이 말은 곧 현실이 됐습니다. 지난 8월 정부 투자기관인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로 채용됐기 때문입니다. 금융경력도 없는 김 전 행정관은 이 자리에 간 경위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대남/전 행정관 (지난 8월) : 내가 선택했지. 찍어 가지고. 다른 데는 2년인데 3년이니까. 3년이면 우리 정부가 있을 때까지 다 있는 거지. '만고 땡'이야 사실.] 친한계는 대통령실 3급 행정관에 불과한 사람이 어떻게 전직 의원급이 갈 수 있는 자리에 갔는지 의문이다 김 감사 채용 건이 서울보증 임원추천위원회에서 5분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며 배후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여당에선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 이런 식으로 지탄 대상이 됐고, 어떤 본인이 논란의 중심이 되면, 본인 스스로 알아서 하리라 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런 상황에서 자리를 유지하는 걸 누가 납득하겠냐 며 스스로 결단할 문제 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행정관은 대통령실 추천은 없었고 서울보증보험 임원 출신 지인이 적격이니 지원해 보라 해 스스로 적임자라 판단해 도전한 것 이라고 해명하면서 거취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최준식, 영상편집 : 박춘배, 화면제공 : 서울의소리)
텅 빈 의대 강의실…'휴학 승인' 놓고 힘겨루기
&<앵커&> 의정갈등으로 학생들이 떠난 의대 강의실은 몇 달째 텅 비었습니다.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승인할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 사이 '힘겨루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손기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평일에 찾아간 지방의 한 사립대 의과대학. 의대에 마련된 실험실 겸 교실에 와봤습니다. 이곳에서는 생리학 등 기초의학 실습수업을 진행하는데, 수개월째 이렇게 텅 빈 상태입니다. 이곳 재학생은 예과와 본과 합해 550여 명, 그중 출석하는 학생은 단 4명뿐입니다. 다른 의대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 1만 9천여 명 가운데, 2학기 수강생은 2.8%입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휴학계를 내고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A 씨/의대 예과 2학년 : 동아리 활동을 주로 하면서 간간이 자기계발도 하고 운동하고.] [B 씨/의대 본과 2학년 : 미국 의사 시험, 네. 그런 방향성을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저도) 지금 일단 해볼까 생각을 좀 하고 있고.] 매년 3천 명 넘게 치르던 올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 응시자는 지난해의 10% 수준에 그쳤습니다. 증원된 모집 정원에 맞춰 대입 수시 접수까지 끝났는데도, 의대생 대부분은 여전히 '2025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승인할지를 놓곤, 교육부와 의대 교수들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의대가 교육부 방침에 반해 휴학을 승인하자 교육부는 서울대 대학본부와 의대에 대해 감사를 벌였습니다. 교육부는 의대 총장들에게 '동맹 휴학 불허' 방침을 따라달라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휴학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각 대학에 보내며 맞섰습니다. 휴학도 유급도 안 된다는 교육부, 내년 증원까지 되돌리란 의대생들, 서로에게 닿지 않는 메아리만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전민규)